미국과 중국 간 상호 무역 제재 수위를 높여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도 미국 제재 기업 중 하나로 거론되자, 국내 업계는 대체재로서 공급을 늘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12일 국내 배터리 업계에선 이같은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 입장에선 국내 배터리 산업이 탈(脫)중국 공급망 구축의 대안이면서도, 현지 생산거점을 구축해 규제 대응에 가장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들어 미국은 중국 배터리 업계에 사실상 무역 장벽 역할을 해온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외 추가 규제들을 논의하고 있다. IRA의 경우 세액공제 상 불이익을 주는 방식인데, 더 나아가 관세 인상 및 범위 확대와 우회 수출 차단 조치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선 행사에 도착을 하고 있다
오는 20일 임기가 시작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앞서 중국에 60% 수준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관세율이 너무 높아 실제 추진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도입 입장은 꾸준히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보편 관세 부과를 위해 ‘국가경제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지난 8일 전해졌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의 주요 우회 수출 루트인 멕시코에 대해선 관세 25%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관세 인상 이유로 마약 유입 문제를 들었지만, 멕시코 진출 기업 입장에선 FTA 혜택 없이 고율의 관세를 물어야 할 난처한 상황이 생겼다. 지난해 CATL과 더불어, 배터리와 전기차를 모두 생산하는 중국 BYD도 멕시코 공장 설립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핵심 광물을 특정한 징벌적 관세 인상 논의도 불거졌다. 미국, 캐나다 흑연 생산업체들이 연합한 미국 활성양극소재생산자협회는 지난달 18일 중국산 흑연의 덤핑 문제를 조사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중국산 흑연에 920% 수준 관세 부과를 요청했다. 사실상 중국산 흑연을 퇴출시켜달라는 요구에 가깝다.
흑연 이미지 (사진=배터리인사이드)
CATL의 경우 지난 6일 미 국방부의 ‘중국군 지원 기업’ 명단에 포함되면서 향후 강력 제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각적인 타격은 크지 않지만 화웨이, DJI 등 그간 명단에 포함된 중국 기업들이 행정명령 등에 따라 미국 사업에 크게 제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국도 맞대응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2일 중국 상무부는 배터리 양극재 제조 기술과 리튬 추출 및 공정 기술을 ‘수출 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에 포함하는 계획에 대해 내달 1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친다고 밝혔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극재의 경우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리튬도 중국이 핵심 산지 중 한 곳인 만큼, 수출 제한이 실현되면 공급망에 상당한 여파가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본 배터리 기업인 파나소닉은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6일 앨런 스완 파나소닉 북미 법인장은 ‘CES 2025’ 현장에서 “장기적으로 중국산 공급망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
파나소닉처럼 업계 탈중국 움직임이 더 확대될 경우,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 기업이 공급하던 물량을 대신 수주할 가능성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전기자동차에 장착된 배터리 이미지(그림=CATL)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 정부가 공식 출범한 뒤 청사진이 보다 구체화돼야 사업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측 기조를 보면 중국 배터리 산업에 대한 견제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곤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여러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수혜를 볼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것 같다”며 “연장 선상에서 신규 고객 유치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관련기사
- 민주당, 김홍일 방통위원장 탄핵 추진..."6월내 통과 목표"2024.06.27
- 김홍일 위원장 "2인 체제 방통위, 바람직하지 않지만 위법 아니다”2024.06.21
- LG 구광모 6년...AI·바이오·클린테크 키운다2024.06.28
- 화재 막는 배터리 진단기술 뜬다...민테크, 상장 후 존재감 '쑥쑥'2024.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