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유튜브로 대표되는 글로벌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은 자생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K-콘텐츠는 세계적으로 주목받지만, 유통과 수익 구조가 글로벌 플랫폼에 집중되면서 국내 제작 생태계는 점차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강력한 로컬 OTT’ 육성을 해법으로 제시하며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공청회 현장
29일 한국방송학회는 ‘한국 영상 산업 지원 정책: 최소 Q와 유통 형식을 묻다’를 주제로 공청회를 열고, AI시대 영상산업정책 특별위원회가 ‘2040 문화강국 G2 도약’을 목표로 한 영상산업 진흥정책안을 발표했다.
조영신 위원장은 “넷플릭스가 선택하지 않는 콘텐츠를 흡수할 수 있는 로컬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지속 가능한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로컬 OTT를 중심으로 자립형 유통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OTT 사업자의 적자 구조 심화와 글로벌 플랫폼 중심의 콘텐츠 공급 쏠림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내 콘텐츠 산업의 다양성과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넷플릭스의 라이선스 중심 유통 구조가 고착되면서, 제작사들이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거나 단일 플랫폼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현실도 언급됐다.
이번 정책안은 로컬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행 방안을 담았다. 우선 티빙·웨이브 등 국내 OTT의 통합 및 대형화를 촉진하기 위해, 인수합병(M&A) 시 정부 인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했다. 또한 로컬 OTT에서 제작된 콘텐츠의 글로벌 유통을 우선 지원하고, 이 경우 제작비의 최소 80%를 선지급하는 구조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콘텐츠 제작 기반 강화를 위해 2조원 이상 규모의 정부 지급보증 펀드 조성도 주요 과제로 포함됐다. 조 위원장은 “제작사들이 수익을 예측할 수 있어야 제작 편수를 늘릴 수 있다”며 “선지급 모델이 도입되면 콘텐츠 생태계가 자생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제안은 산업계 전반의 목소리와도 맞닿아 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통해 강력한 로컬 OTT를 형성해야 한다”며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를 위해 전향적인 규제 완화와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유통 다양화를 위한 방안으로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기반 방송 수출 전략도 제시됐다. FAST는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로, 글로벌 콘텐츠 유통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국내 채널 사업자가 FAST를 통해 광고 수익을 확보하려면 에드테크 경쟁력 확보가 핵심”이라며 “정부가 해외형 FAST 채널에 정부 광고를 마중물로 집행해 초기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 유통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콘텐츠 유통공사’ 설립 방안도 제안됐다. 유통력이 부족한 중소 제작사의 콘텐츠를 모아 글로벌로 유통하고, 영상물 저작권 관리 시스템과 ‘비디오ID’를 도입해 콘텐츠 이력과 권리를 추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김경외 연세대 교수는 “좋은 콘텐츠 데이터를 확보하고, 번역·더빙 수준을 고도화해야 한국형 제너레이티브 AI도 실효성을 갖는다”며 “AI를 활용한 콘텐츠 재생산과 수출 활성화를 위해 영상 데이터 아카이브 구축과 전문 인력 양성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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