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환자에 '비마약성 진통제' 고를 선택지도 줘야 한다

헬스케어입력 :2025-06-05 17:12:14    수정: 2025-06-05 17:44:31

수술이 끝난 환자는 통증을 줄이기 위해 연결된 진통제 버튼을 누른다. 즉시 통증은 가라앉지만,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빨리 뛰며 오심 등 부작용이 뒤따랐다. 이는 몇 년 전 기자의 경험이다.

마약성 진통제 자체는 환자 통증을 감소시켜 주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되는 의약품이다. 문제는 내성이나 중독, 오남용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약학정보원에 따르면, 마약성 진통제는 양귀비의 덜 익은 꼬투리에서 유액을 말려 채취한 아편과 이에 관련한 화합물을 말한다. 통증 조절에 사용하는 아편에서 유래하거나 합성된 진통제를 아편유사제(오피오이드, opioid)라고 부른다. 지속 사용하면 내성과 탐닉성, 신체적 의존성이 생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첫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주(VVZ-149, 오피란제린 염산염)’에 대해 품목허가를 승인했다. 38호 국산 신약으로 이름을 올린 어나프라주를 개발한 비보존은 지난 2008년 설립됐다. 회사는 다중-타깃 신약개발 플랫폼을 통해 2010년부터 VVZ-149 개발을 추진해, 2022년 임상 3상 종료 후 2년 후 품목허가를 획득하기에 이른다.

어나프라주 개발 및 임상에 참여한 이지연 비보존제약 학술이사를 만나 국내 첫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 과정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지연 이사는 오랜 기간 대학에서 연구와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아온 인물이다. 제약바이오산업계로 방향을 튼 것은 5년 전. 그가 비보존에 합류를 결정한 것은 회사가 임상시험에 착수하며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던 상황과 연관이 깊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환자에게 유용하게 쓰일 연구에 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보존은 가능성이 있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사진=픽사베이

첫 마약 접촉은 진통제...이 인식 바꿔야

- 어나프라주는 국내 38호 신약이자 첫 비마약성 진통제로 허가받았을 때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국산 신약 중에서도 어나프라주와 같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간 개발돼 오던 진통제가 비마약성 및 마약성 복합제였던 것에서 첫 혁신 신약이라는 점은 더 큰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비보존 규모의 제약기업에서 신약 물질 발굴부터 비임상, 임상, 허가까지 15년 동안 개발한 혁신신약 사례는 없었다. 성공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새 기전으로 개발됐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 허가 이후 기대와 동시에 부담도 컸을 것 같은데.

통상 미국 등 해외에서 품목 허가받은 의약품을 제약사가 국내에 도입한 것과 달리 어나프라주는 기존에 허가를 받은 적이 없고, 기전도 낯설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처음 심사하는 만큼 1년에 걸친 허가 절차가 매우 까다롭게 진행됐다. 그럼에도 모든 데이터가 명백해 허가가 이뤄졌다. 막상 허가가 떨어지자 이제 시작이란 느낌이 들었다. 품목허가 이전까지 허가만 받자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후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이제 긴 계획과 투자 등 가보지 못한 단계가 남아 있었다.

- 비보존 고유의 다중-타깃 신약개발 원천기술은 기존 마약성 진통제의 단일타깃, 표적 위주의 개발과 무엇이 다른가.

이두현 회장은 다수 글로벌 제약기업에서 진통제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왜 엄청난 투자 금액을 쏟아부어도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에 번번이 실패했을지 고민하다 통증 기전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단일 타깃에 접근하는 방식이 부적합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쉽게 말해 부작용을 해결하면서 통증 개선 효과를 높이려면 단일 타깃으로는 부족하고, 다중타깃을 제어할 수 있는 기전으로 화합물을 개발하면 가능성이 높아지겠다는 가설에서 모든 일이 시작됐다.

- 다중타깃 화합물 개발은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렇다. 화합물 선정은 신경 세포의 활성도를 보고 화합물의 효과를 확인한 이후 어떤 타깃 조합이 통증을 제어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를 분석하는 보는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기존에는 특정 질환에 대한 바이오마커의 발현 정도를 확인하던 것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우린 질환 부위의 생체 조직 내 신경세포 활성 정도를 모니터링하는 방법을 활용해 화합물의 활성도를 확인했다.

이지연 비보존제약 학술이사

- 통증 실험에 있어 동물실험 신뢰성 확보가 특히 까다롭다고 들었다.

무엇보다 지표가 되는 바이오마커가 없어서 증명이 어렵다. 동물실험 결과의 신뢰성은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에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진통제에 대한 동물실험 설정은 매우 까다로운데, 이는 동물의 행동 패턴을 보고 결과를 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실험자의 판단이 개입되면 안 된다. 결과적으로 비보존은 다중 타깃 신약개발 플랫폼, 동물실험에 관한 기준점을 높이고 신뢰성 있는 실험 수행 등을 거쳐 선별한 화합물을 최종 도출할 수 있었다. 쉽지 않았다.

- 상당한 비용이 투입됐을 것 같다.

위의 화합물 도출에 이르는 과정은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반복적으로 결과값이 높게 도출되는 것을 확인하면서 연구진들은 자신감을 가졌다. 앞서 밝힌 것처럼 동물실험에서 일관성 있는 데이터를 얻기가 어려운데 우린 나타나고 있어 실제 임상에서 가능성이 높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물질 도출까지 소요된 시간은 1년 미만이었다. 비보존의 다중 타깃 신약개발 과정에서 통증뿐만 아니라 중추신경계(CNS) 타깃 신약 개발 시스템이 확립됐다.

- 해외를 비롯해 국내에서도 아편 계열 진통제 오남용이 심각한데.

어나프라주의 장점은 내성과 오남용 우려가 적다는 것이다. 우선 모르핀 계열의 진통제를 자가투여할 수 있는 동물실험을 통해 어나프라주의 오남용 가능성이 낮고, 중독성이 없음을 확인했다. 

또 어나프라주는 의료기관의 수술 치료 시 의료진의 관리하에서 사용될 예정으로, 오남용 우려는 없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정맥주사제라 의료진 처치에 의해서만 투여받을 수 있는 만큼 개인적으로 사용 가능성이 적다.

- 국내 임상시험 제3상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는데.

비마약성 진통제 임상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임상시험 전 기간동안 마약성 진통제를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비마약성 진통제 시험약의 효능 판단 기준은 1차 지표로 투여 후 12시간 동안 통증 감소 효과다. 2차 지표는 자가 투여 요청(PCA) 횟수와 마약성 진통제 투여량 감소다. 어나프라주는 두 가지 지표 모두를 만족했다.

통증 임상은 난이도가 높다. 정해진 바이오마커가 없고, 개인의 주관적 의사 표현으로 효과성을 측정하게 된다. 또 임상시험 기관에서 관리와 처치, 모니터링 여부에도 성패가 좌우된다. 다행히 임상 3상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비보존 약효평가실

- 부작용은 무엇인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은 구토‧오심‧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다만, 환자가 견딜 수 있어서 별도의 의료적 조치가 없이 회복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다행히 유의미한 부작용 이슈는 발견되지 않았다.

- 출시 계획은.

3분기에 비급여로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은 3년 후가 목표다. 파트너사를 통해 기술이전 형식으로 미국 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어나프라주의 적응증은 수술 후 통증 감소다. 앞으로 여러 제형과 용법‧용량 및 적응증 확대가 가능하다. 말기암 환자와 통증 환자 등의 약물 수요가 있다. 이들의 돌발성 통증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단기 및 반복 투여 요법 적용을 개발 중이다.

-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되는 이유는 저렴하고 사용이 편하기 때문이다. 비마약성 진통제인 어나프라주가 기존 마약 진통제 시장과 경쟁이 가능할까.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의존도가 큰 만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처음 마약을 접하는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수술 치료 이후 마약성 진통제를 통해서다. 이때 비마약성 진통제로 시작한다면? 마약에 대한 접근을 낮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기존 비마약성 진통제가 이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나프라주의 가능성은 더욱 크다. 장차 미국 시장 등 해외 시장이 우리의 목표다.

- 임상 2상 진행 중인 VVZ-2471 경구제의 경우, 1상에서 약물 중독 치료 효능이 확인됐다. 개발 시 국내외 증가하는 마약중독자 치료에 사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어나프라주와 마찬가지로 다중 타깃 신약 개발법이 적용됐다. VVZ-2471에 대해 동물실험을 통해 진통 효과뿐만 아니라 중독 예방‧치료‧금단증상 억제‧재발 방지 효과 등을 검증했다. 통증 및 중독 치료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중독 치료도 진통 효과가 필요하다는거다. 마약중독자는 아파서 약을 찾고, 중독으로 인한 통증도 상당하다. 이들에게 진통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중독 치료 시장은 환자 수가 많은 미국이 크다. 중독환자에 대한 임상도 미국에서 준비하고 있다. 또 동물실험에서 VVZ-2471에 대한 의존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양균 기자angel@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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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존

어나프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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