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코드를 대신 써주는 시대가 도래해 소프트웨어(SW) 전문가의 경쟁력이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비즈니스 흐름을 읽는 사고력에서 나온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순한 코더가 아닌 전략가와 설계자로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향후 개발자 교육과 채용 기준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김득중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기술정책협동과정 박사는 최근 '생성형 AI 등장에 따른 SW 전문가의 핵심 역량 변화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평균 경력 20년 이상의 현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델파이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챗GPT' 출시 이후 생성형 AI를 정기적으로 활용해온 이들이 참여해 현실 기반의 인사이트를 도출했다.
이 논문은 소프트웨어 전문가의 역량을 하드 역량, 소프트 역량, 새롭게 등장한 AI 활용 역량으로 구분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의 확산에 따라 사고 중심의 역량이 급부상하고 있으며 단순 지식 기반 역량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생성형 AI 등장에 따른 SW 전문가의 핵심 역량 변화에 대한 연구 (사진=김득중 박사)
연구에 따르면 현재는 설계 경험이나 비즈니스 도메인 지식 같은 전통적인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여겨지지만 향후 5년 뒤에는 문제 정의 능력, 맥락 파악 능력, 전략적 사고가 핵심 자산이 될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코딩 실력보다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사용자 요구를 꿰뚫는 인지적 역량이 더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생성형 AI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결론도 도출됐다. 이에 다양한 AI 도구를 조합하고 적절한 프롬프트를 설계하며 최신 기술 트렌드를 학습하는 능력이 강조된다. 반대로 테스트 코드 작성이나 산업 표준 지식처럼 기계가 자동화할 수 있는 역량은 대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연구는 이를 구조화해 'AI 스펙(AI-SPEC)'이라는 프레임워크를 새로 제시했다. AI 활용 역량, 소프트 역량, 퍼스널 역량, 하드 역량, 소셜 역량의 다섯 축으로 구성되며 각 항목별로 중요도의 변화 흐름을 시각화했다. 향후 교육 및 정책 설계 시 참고할 수 있는 기준 틀로 기능할 수 있다.
핵심 역량 13가지는 최신 기술 습득과 AI 활용, 윤리적 책임감 같은 역량뿐 아니라 큰 그림을 보는 능력, 고객 이해, 도전적 문제 해결, 신기술 수용성 같은 인간 중심의 사고 역량까지 포함된다.
생성형 AI 등장에 따른 SW 전문가의 핵심 역량 변화에 대한 연구 (사진=김득중 박사)
또 이번 연구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 대학, 정부 등 각 주체에게도 뚜렷한 행동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는 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의 전 라이프사이클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적극 도입하고 직원 대상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핵심 역량을 내재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최고 인공지능 책임자(CAIO)를 두고 AI 활용 예산을 별도로 배정하는 등 조직 거버넌스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대학의 역할도 명확히 언급됐다. 기존의 암기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개편하고 생성형 AI 활용 역량과 AI 윤리 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AI 스펙에서 제시된 사고 관련 역량은 교육 과정과 직접적으로 연계돼야 한다는 점에서 교육제도 전반에 구조적 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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