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현장]하정우 수석 "과학자 연구 몰입환경 대책 마련 중"

과학입력 :2025-07-06 13:48:08    수정: 2025-07-06 13:52:30

대통령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과학자들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에 나선 것으로 확인돼 귀추가 주목됐다.

과학기술 정책이 새로 만들어질 때면 늘 마지막 단락에 언급되는 얘기가 연구몰입 환경 조성이다. 연구중심제도(PBS) 폐지 요구 등과 함께 20여 년간 과학기술인들을 '괴롭혀온' 숙원 사항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대전서 열린 타운홀미팅 '충청의 마음을 듣다. 충청의 꿈, 다시 키우다' 행사에 참석한 가운데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이 이 같이 말해 과학기술인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대전타운홀 미팅에서 과학기술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사진기자협회 대전충남지회)

이날 하 수석 언급은 행사에 참석한 과학기술인들의 얘기를 전해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마이크를 넘기며 이루어졌다.

하 수석이 전한 멘트를 그대로 전하면 아래와 같다.

하정우 수석 "R&D 기획, 예산관리, 평가 등 전반 개선 필요"

"과학의 R&D 기획, 예산 관리, 평가, 선발 전반에 대해 손 볼 필요가 있다.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실제 이를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주셨다. 이런 부분들을 과기정통부와 함께 태스크포스 팀을 띄워 과학자들이 말 그대로 연구와 과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대책들을 만들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이다."

연구 몰입환경 조성을 위한 작업이 진행형이라는 뜻으로 받아 들여진다.

그러나 하 수석 얘기를 세밀하게 뜯어보면 예상보다 거대하고, 체제와 관련한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을 금방 알수 있다.

R&D기획 및 예산관리는 과학기술 거버넌스와 관련이 있다. 평가와 선발(과제나 인력 등으로 추측)은 운영 시스템을 의미한다.

또 과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은 "유감스럽게도" 거버넌스와 운영 시스템 전체, 나아가 국가 연구개발 체계 전체를 손봐야만 해결할 수 있는 난제다.

연구 환경은 출연연구기관 뿐 아니라 대학까지 걸려있다. 응용과 기초 연구도 거론해야 한다. 연구 결과에 대한 책임 규정도 누구나 수긍하고 공감할 내용으로 만들어야 한다. 책임이 언급되면 평가 시스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 차원에선 예산의 배분과 집행, 인력 선발 등도 함께 들여다 봐야 할 문제다. 연구기관들이 요구해온 묶음예산(블록펀딩), 인력 선발 자율권, 연구 기획, 나아가 연구기관 정체성과 역할도 재설정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대전타운홀 미팅에서 청중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한국사진기자협회 대전충남지회)

"오늘부터 연구자는 연구에만 집중해. 예산과 행정 처리는 알아서 우리가 해결해 줄게" 이 문장으로 문제가 바로 해결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 문제는 단계적으로 몇 십년에 걸쳐 풀어야 할 문제다.

"과학기술 연구 개발서 주도권 잃은 출연연구기관"

이 문제를 들여다보려면, 역대 정부별 국가 과학기술 변천사부터 알아야 한다.

우선 세상의 변화상을 보면, 1960~70년대 우리는 선진기술 도입과 개량이 한창이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이 같은 변화를 선도했다.

1980~90년대 들어선 수출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선진국 추격형 연구가 활발했다. 조선과 자동차, 철강, 반도체 산업이 고도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출연연구기관이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2000년대는 기업의 기술 역량이 크게 올라가면서 벤처기업 등을 중심으로 창조형 기술 전환 시기가 도래했다. 당시 키워드를 언급하면, 출연연, 대학, 반도체, 가전, 이동통신 등으로 대별된다.

2010년 대 들어선 기술간, 산업간 융합이 대세를 이뤘다. 이때부터 출연연구기관이 과학기술 개발 분야에서 주도권을 완전히 잃은 시기로 보인다.

2020년 대엔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 딥러닝, 빅데이터, 3D프린터, IoT(사물인터넷), 자율차, 전기차 등이 키워드로 등장했다. 최근엔 생성형 AI가 대세가 됐다.

이같이 과학기술은 시시각각 변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R&D 체계는 이 같은 변화에 순응했을까.

지난해 과기정통부는 출연연 R&D 생태계 역동성 및 지식 유동성 활성화 추진 방안을 공개했다.

과기정통부, 역동적 R&D 생태계 위해 기관간 벽허물기 추진

역동적인 R&D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골자는 기관간 벽허물기다. 물리적, 문화적, 제도적 장벽을 제거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아쉬운게 많다. 정부가 내세운 전략 기술을 협업으로, 다른 말로 말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한다는 것이다. 기본 틀은 그대로 두면서, 가능한 연구계 요구를 수용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와 별반 다른 점은 보이지 않는다. 내용은 일부 바꾸려 했지만, 형식(틀)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각진 얼음 조각을 둥근 자루에 담으려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역대 정부별 조직 변화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2003~2007) 들어 과기부총리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신설됐다.

이명박 정부(2008~2012)에선 정보통신부가 폐지되며, 교육이 합쳐진 전대미문의 교육과학기술부가 생겨났다.  또 출연연구기관을 하나의 법인으로 묶기 위한 출연연발전민간위원회가 만들어져 활동하기도 했다.

정부가 연구 몰입환경 대책을 모색 중이다. 사진은 오는 11월 발사될 누리호 4호기 단조립 현장.(제공=항공우주연구원)

박근혜 정부(2013~2017)에서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로 출연연 관리가 일원화됐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미명하에 임금피크제가 도입됐다.

문재인 정부(2018~2022)에서는 퍼스트 무버 전략과 출연연 R&R이 현안으로 대두했다.

그러나 모두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진정한 개혁, 혁신은 손도 대지 못했다. 지금까지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이 형식을 규정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그 틀을 깨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R&D틀이 됐든, 거버넌스가 됐든 이대로는 국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 과학기술계를 포함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얘기다.

KAIST 장영재 교수의 페이스북 글 가운데, "판을 바꾸자'는 얘기가 기억에 또렸이 남아있다. 내용이 아니라, 판 자체를 바꾸자는 의미였다. 5천억 원 짜리 과제를 전화로 5분만에 평가하고, 1천억원 짜리 과제를 23시간 만에 기획하는 일을 하지 말자며 외치던 얘기였다.

김홍일 방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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