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여당도 이를 위한 법안을 발의하면서 주목도가 더 높아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기축통화국도 아니고 카드 결제가 간편한 우리나라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실패할 것이라고 점친다. 하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모든 생태계가 '디지털'로 옮겨가는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한 수단이다. 디지털 화폐가 없는 디지털 세상을 상상하는 것은 원시인이 현대 사회에서 조개껍질로 물건을 사겠다는 우스꽝스러운 개그와 다름없다.지디넷코리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왜 디지털 생태계로 진입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인지, 어떤 점이 우리 삶을 바꿔놓을지 진단한다. [편집자주]
① 빅테크부터 전통금융까지 뛰어든 스테이블코인
② 스테이블코인 대신 카드결제?…금융은 기회 포착했다
원화를 나타내는 'KRW'와 관련된 상표권 출원 건은 611개다. 이중 567건은 모두 2025년에 이뤄진 것이다. 카카오페이·토스·네이버파이낸셜과 같은 빅테크는 물론이고 KB국민은행·신한은행·신한카드 등 전통 금융권들 모두 앞다퉈 출원한 상태다.
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일 뿐이며 '아직 어떤 것도 구체화된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상표권 출원은 기회를 포착했다는 방증이다. 때를 기다려도 늦지 않는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규제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길을 건널 신호등이 없을 뿐이지만, 시장은 그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주목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전자금융사업자, 내로우 뱅킹으로 거듭날 기회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높은 효용성은 수수료없이, 중개인없이 화폐의 가치가 이동한다는 점이다. 그런 차원에서 간편결제 업체들을 포함한 전자금융사업자는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눈여겨 보고 있다.
지난 6월 26일 열린 네이버파이낸셜 10주년 간담회의 내용을 간명히 요약한다면 '웹3' '디지털 생태계' '스테이블코인'이다. 이날 네이버파이낸셜은 회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하드웨어인 결제 단말기 '네이버페이 커넥트'를 출시할 예정임을 밝혔다.
결국 이는 네이버파이낸셜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결제망을 구축한다는 뜻이다. 박상진 대표는 네이버파이낸셜의 결제 단말기를 "온라인의 경험을 오프라인에서도 가능하게 하겠다"고 압축해 설명했지만, 디지털 자산의 결제도 오프라인으로 옮겨오겠다고 풀이된다.
여기에 웹3란 단어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웹3 정의를 토대로 한다면 탈중앙화된 인터넷으로 발전하고, 데이터와 소유권의 문제를 봉합할 수 있는 '가치 지급'의 역할을 하는 스테이블코인은 필수불가결한 역할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공동체인 네이버가 보유한 콘텐츠들은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되고, 향후 자유로운 창작을 모토로 해 웹3의 생태계와 스테이블코인의 생태계는 점차 살찌워갈 것으로 점쳐진다. 거기서 네이버파이낸셜은 새로운 역할을 도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파이낸셜로 청사진을 그렸지만 카카오페이와 토스(비바리퍼블리카)도 마찬가지다. 굳이 온라인 결제가 활성화된 시점에 오프라인 가맹점을 늘리려고 한 두 업체는 결제 수단의 다양성을 점친 것으로 보인다.
엔터테인먼트와 쇼핑을 확대하기 위해선 좁은 내수시장을 해외까지 확장해야 한다. 결제 절차를 줄이고 수수료 수익을 낮춰야 하는 이 시점서, 스테이블코인은 가장 좋은 수단이다. 기업 입장에선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비대면 시장서 크게 성장해 온 전자금융업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으로 자체 플랫폼을 강화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결제 청산을 해줄 수 있는 중개기관 없이도 지급·결제·청산을 모두 행할 수 있는 사실상 대출 기능을 뺀 좁은 의미의 은행(내로우 뱅킹·Narrow banking)이 될 수 있는 시작점인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글로벌 은행·네트워크사 발빠른 준비
전통 금융권도 힘을 모으고 있다. 은행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이 만들어졌으며, 은행들은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은행들은 100% 스테이블코인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사용자들의 예금에 기반한 디지털 예금화(CBDC) 사업을 진행해본 사례가 있다.
은행은 스테이블코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검토되는 것은 해외송금이다. 개인 해외송금을 시작으로 기업의 해외송금까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중개 은행의 수수료를 줄이고 더욱 빠른 시간 송금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밖에 은행권들은 프로그래머블(Programmable) 결제 기능을 눈여겨 본다. 기업들의 결제 수요를 매번 맞춰서 처리하기보다는 스테이블코인에 일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결제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은행 차원에서는 비용 절감과 동시에 이를 차별화로 기업 고객을 유치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사인 마스터카드와 비자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마스터카드는 지난 4월 '멀티토큰 네트워크'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100개 이상의 가상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소개했다. 비자는 USDC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결제 정산을 블록체인에서 처리하는 파일럿을 진행 중이다. 정산 기간을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이고 국경 간 송금 속도 향상할 것이라는 것이 비자 측 설명이다.
페이나 카드쓰면 되지·기업만을 위한 길…'근대적 관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살까? 아무것도 헷지하지 못하고 가치도 점점 없어질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느니 그냥 카드 사용하면 되는데…아니면 페이(Pay) 시스템 사용하면 되지.'(seun***)
'사기업들 돈벌이지. 이미 디지털화됐는데 필요할까? 돈에 눈먼 기업과 거래소 배불리는게 코인인데.'(baek****)
(사진=이미지투데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반응이다. 관련 사업을 구상하지 않는 은행 관계자들의 10에 8명은 이런 반응이다. 기업의 돈벌이만으로 보는 입장도 꽤나 있다.
화폐는 지금까지 형태를 바꿔왔다. 자본주의 시대가 태동하면서 화폐는 그 시대 가장 가치있는 것에서 '종이'로 바뀌면서 누군가 지급을 보증하고 신뢰를 담보하는 것으로 변모했다. '가치'와 '담보'의 관점은 근대의 산물이다.
해시드 보고서에 따르면 돈은 결국 통화 인프라에 대한 질문이다. 근대 제도에는 국가 혹은 국가의 중앙은행·은행이 보증해 통화 가치를 유지했다면, 근대 이후의 시대에는(뭐라고 부르게 될지 모른다) 기술적 설계와 자동화된 실행을 통해 증명한다. '누가 발행했나' 보다는 '어떻게 설계되고 작동하나'가 디지털 화폐 시대의 주요한 화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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