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남 통신대안평가 대표 "신용은 곧 인권…신용평가사 사회적 책임가져야"

금융입력 :2025-08-01 13:34:56    수정:

종영한 드라마 '마녀'에서 한 청년에게 한 중년이 칼을 휘두른다. 청년은 신용평가모형CSS)을 만드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을 했는데, 청년이 수집한 데이터가 CSS에 포함되면서 중년은 사업 자금 대출 심사에서 떨어진 것이다. 데이터가 추가되지 않았다면, CSS 모형이 그대로였다면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며 절망과 분노를 살인 인미수 행위로 표출한 것이다.

CSS 모형을 튜닝한 청년의 신상이 공개됐다는 점에서 드라마적 허구가 드러난다. 하지만 현실은 더 냉혹하다. 금융 이력이 부족해 신용평점이 아예 형성되지 않았거나 신용평점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금융은 가차없다. 병원비가 부족해 200만원을 사채에 빌린 청년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돈을 안갚고 떼먹은 범죄자로 얼굴이 박제됐다.(SBS 다큐멘터리 '그것이 알고싶다-박제된 절규, 누가 그들의 얼굴을 전시했나')

금융 이력 부족자(씬 파일러·Thin filer)와 신용점수가 낮다면 합리적인 금리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것인가. 인공지능(AI)의 발달과 함께 씬 파일러를 어떻게 하면 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들도 있다. 그중 하나인 통신대안평가사 문재남 대표를 최근 만나 대화를 나눴다.

통신대안평가 문재남 대표.

통신 3사 데이터, 한 군데 데이터보다 강력

통신대안평가는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 SGI서울보증보험, 코리아크레딧뷰로(KCB) 5개사가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통신 3사의 데이터 등을 통해 대안신용평가 서비스 '이퀄(EQUAL)'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퀄은 통신비 납부 이력, 가족결합 프로그램 활용 여부, 데이터 사용 시간대와 패턴 등 2천여개 이상의 세부 항목을 분석해 차주의 신뢰성과 상환의지, 상환능력을 점수화한다.

문재남 대표는 "통신사 한 군데서 개별적으로 신용평가모형을 만드는 것보다 세 군데서 만드는 것이 더 강력하다"며 "일단 데이터를 표준화시킬 수 있고 번호 이동 시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연속성도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작년 10월 정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진행됐고, 지난 1년 간 KB금융 5개 계열사·케이뱅크·롯데카드·신한카드·SBI저축은행 등 주요 금융사에 이퀄 도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며 "신용평가가 어려웠던 사람을 어떻게 올릴 수 있는지를 보려면 6개월 데이터를 추적해야 하는데 아마 올해 하반기에는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 3사의 데이터를 모으고 빨리 처리하기 위해 통신대안평가는 전 업무에 클라우드를 도입했다고 귀띔해다. 문 대표는 "오픈소스 기반이며 이를 다루는 인력들도 실력자"라고 언급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또 다른 사각지대 외국인

통신대안평가는 씬 파일러의 범주에 외국인을 포함시켰다. 국내에 장기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늘고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연이다.

문재남 대표는 "살던 나라에서 금융 기록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오면 기록이 없다보니 사채서 대출을 받는 사례도 봤다"며 "이주노동자의 경우 95%는 월급을 자신의 나라로 송금하는데, 나중에 아플 때 모아놓은 돈도 없고 신용카드도 발급받지 못해 없다보니 (사채로 가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꼬집었다.

그래서 통신대안평가는 외국인들에게 '크로스 보더(국경 간)' 신용평가모형을 고안 중이다. 그는 "통신대안평가와 필리핀·캄보디아 등 해외와 업무협약을 맺고 그 나라에서 보유한 고객의 신용평가를 전달받는다. 그러면 우리나라에 왔을 때 그 이주노동자는 신용평가 기록이 있으니까 카드 등을 발급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주노동자는 급전때문에 사금융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고 해당 국가에서는 자국민이 보호받으니 일석이조라는 것이 문 대표의 견해다.

문재남 대표는 "신용이라는 게 인권에 해당한다"며 "데이터가 없다 뿐이지 사람의 신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 통합 관점에서도 외국인과의 공존할 수 있는 신용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통신대안평가는 필리핀과 캄보디아의 금융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통신대안평가 문재남 대표.

신용평가사, 사회적 책임 가져야

문재남 통신대안평가 대표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창립 멤버기도 하다. 그 당시 문 대표는 한 전문가로부터 이러한 조언을 들었다고 했다. '개인의 신용평가를 하는 것은 얼마나 책임감이 필요한 지 알아야 한다. 당신들은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

김홍일 방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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